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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이 금-달러 상관관계에 미치는 영향

by hororo 2025. 5. 8.

    목차

금과 미국 달러는 역사적으로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간주되어 왔지만, 이 둘은 일반적으로 역의 상관관계를 가지는 자산이다. 즉,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금값은 약세로 전환되고, 반대로 달러가 약세를 보일 때 금은 상승하는 흐름이 나타난다. 그 이유는 금이 미국 달러로 거래되는 원자재라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달러의 가치가 하락하면 같은 금의 양을 사는 데 더 많은 달러가 필요해져 금값이 오르고,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금값은 조정받는 구조다.

비트코인이 금-달러 상관관계에 미치는 영향
비트코인이 금-달러 상관관계에 미치는 영향

 

금, 달러, 비트코인이라는 세 가지 자산의 삼각 구도

하지만 이 단순한 공식은 글로벌 금융환경의 복잡화, 지정학적 리스크의 확대, 그리고 새로운 자산군의 등장을 통해 점점 예외가 생기고 있다. 특히 비트코인이라는 디지털금의 등장은 전통적인 금-달러 상관관계를 해석하는 데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단지 기술 혁신의 산물이 아닌, 금의 역할을 일부 대체하는 자산으로 시장에서 기능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제 우리는 단순히 금과 달러 간의 관계를 보는 것이 아니라, 금, 달러, 비트코인이라는 세 가지 자산의 삼각 구도 속에서 투자자 심리와 자금 흐름을 해석해야 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전통적인 금-달러 상관관계를 변형시키는 요소로 작용하는 비트코인

비트코인이 처음 시장에 등장했을 때만 해도 이는 기술지상주의자들의 실험적 자산에 불과했다. 하지만 2020년 이후 코로나 팬데믹과 미 연준의 초저금리, 과잉 유동성 공급이 맞물리면서 비트코인은 기존 금융시장에서 디지털 시대의 금으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그 상징적인 사건은 테슬라, 마이크로스트래티지, 블랙록 등 주요 기관의 비트코인 투자 참여였다. 이로써 비트코인은 단순한 투기성 암호화폐에서 일정 수준의 인플레이션 헷지 수단 혹은 달러 자산의 대체 수단으로 포지셔닝되었다.

 

이 시점부터 금과 비트코인 사이의 묘한 자산 간 분산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과거 같으면 인플레이션 우려, 지정학적 리스크,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고조될 때 금값이 곧장 오르는 반면, 최근 몇 년간은 비트코인으로의 자금 유입이 일부 금 수요를 대체하는 양상이 보인다. 이는 금 ETF의 자금 유출과 비트코인 ETF로의 자금 유입을 비교하면 명확해진다.

 

예를 들어,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시장의 안전자산 선호가 높아졌을 때, 금은 일시적으로 상승했지만 금세 조정을 받았고, 비트코인은 의외의 반등을 보였다. 이러한 흐름은 전통적인 금-달러 상관관계를 변형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비트코인이 일부 금 대체 수요를 흡수하면서 금의 가격이 달러 약세에도 상승하지 않는 ‘비정상적 구간’이 발생한 것이다.

 

물론 비트코인은 여전히 높은 변동성과 규제 리스크를 지니고 있어 전통적인 안전자산으로의 완전한 대체는 어렵다. 그러나 시장은 이제 금에만 의존하지 않고, 비트코인을 위험을 감수한 대체 안전자산으로 분산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는 금-달러 관계를 해석하는 데 있어서도 비트코인의 수급 흐름을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금, 달러, 비트코인 그리고 투자자 심리

오늘날의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단일한 지표나 상관계수만으로 시장 심리를 읽기 어려워졌다. 특히 금, 달러, 비트코인의 상호작용은 때로는 상관관계가, 때로는 대체관계가, 때로는 동반 상승/하락의 패턴까지 보인다. 이는 자산의 펀더멘털보다도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심리와 자금 흐름, 그리고 정책 신호에 대한 반응이 훨씬 더 민감하게 작용한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비트코인의 등장은 단지 금과 달러의 균형을 흔드는 것이 아니라, 자산 간 위험인식 체계 자체를 재구성하고 있다. 과거에는 달러가 강세일수록 금 수요는 줄어들고, 금리가 높아질수록 금은 매력적이지 않은 자산으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달러 강세 구간에도 투자자 관심을 끌 수 있고, 반대로 달러 약세 국면에서는 디지털 자산에 대한 투기적 수요까지 흡수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이로 인해 최근에는 금과 비트코인이 서로 대체하기보다는 공존하는 안전자산 포트폴리오의 구성 요소로 활용되는 추세도 뚜렷해지고 있다. 이는 특히 젊은 투자자 세대, 혹은 글로벌 헤지펀드들이 자산 배분 전략에서 금+비트코인 비중을 함께 가져가는 방식으로 진화하는 흐름에서 확인된다.

 

또 하나 중요한 포인트는, 비트코인이 중앙은행에 의존하지 않는 자산이라는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통화정책에 따른 달러 가치의 변동성, 중앙은행의 양적완화나 긴축 사이클에 따른 화폐 가치 하락에 대한 불신 속에서 비트코인의 존재감이 더욱 부각되는 요인이 된다.


이제 더 이상 달러 약세 → 금값 상승이라는 단순한 공식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비트코인이라는 새로운 자산군의 등장은 금과 달러의 전통적 관계를 구조적으로 재편하고 있다. 특히 비트코인이 일정 수준의 안전자산 역할을 수행하면서, 금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줄어들거나, 그 가격 반응이 지연되는 현상이 점점 잦아지고 있다.

 

앞으로 금, 달러, 비트코인은 단순히 개별적으로 움직이는 자산이 아니라, 서로의 수요와 신뢰를 기반으로 상호작용하는 삼각 자산 체계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투자자와 시장 참여자는 이제 금-달러의 단편적 지표만이 아니라, 비트코인의 움직임이 해당 관계에 어떤 심리적 균열을 만들어내는지까지 종합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자산이 전통 자산의 영역에 들어서는 지금, 시장의 정답 공식은 변하고 있다. 이는 위기이자 기회다. 새로운 시대의 투자자는 그 경계의 움직임을 읽을 줄 아는 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