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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대 중반에 들어선 지금, 대한민국 방위산업은 단순한 수출국을 넘어 국제 안보 공급망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는 단발적인 무기 계약이나 기술 이전 수준이 아니라, 장기적인 전력 소요 예측에 따라 한국 무기를 전략적 파트너로 채택하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번 글에서는 대한민국 방산기업들의 글로벌 확장성에 대해서 다뤄본다.
방산 수출국에서 공급망 축의 하나로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폴란드와의 대규모 방산 패키지 계약이다. 2022년 시작된 폴란드와의 K2 전차,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 수출은 2024년부터 본격적인 납품 단계에 진입했으며, 폴란드는 단순히 제품을 사가는 것이 아니라 현지 생산과 공동 개발, 향후 유럽 수출의 거점으로 삼고자 하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는 한국이 NATO 체계 내에서 일정 수준의 신뢰를 확보했다는 신호이자, 기존 미국·독일 중심의 방산 공급구조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상징적 사건이다.
이런 변화는 단지 유럽에 국한되지 않는다. 중동의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등은 미국 무기에 대한 의존도를 분산시키는 전략을 취하고 있으며, 한국 무기의 가성비와 높은 신뢰성은 이들에게 매력적인 대안으로 작용하고 있다. 더불어 동남아시아 국가들, 특히 필리핀, 말레이시아, 태국 등도 남중국해 긴장 고조 속에서 한국산 무기의 안정성과 납기 신뢰성에 주목하고 있다.
요컨대, 2025년 현재 대한민국 방산은 일시적 수출 성공을 넘어 안보 공급망 내 자리매김의 단계로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한국 방산주가 단기 이슈가 아닌 장기 구조적 성장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투자와 산업 정책 양면에서 중요한 함의를 지닌다.
지역별 특성과 맞춤형 수출 전략: NATO·중동·동남아 각각 다른 공략법
한국 방산이 세 지역 모두에서 성공적인 성과를 내고 있지만, 이들이 같은 전략으로 움직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각 지역의 정치적 상황, 무기 체계 수요, 구매 결정 구조에 맞춘 차별화 전략이 주효했다.
NATO의 경우,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상호운용성이다. 미국, 독일, 프랑스 무기 체계와의 통합 운용이 중요하기 때문에, 한국은 단순한 제품 판매를 넘어 미군과 연동 가능한 전자전 시스템, 통신 체계, NATO 표준탄 사용 가능 여부를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9 자주포와 탄약체계를 NATO 표준에 맞게 커스터마이징하며 유럽 시장에 본격 진입했다.
반면 중동은 다르다. 이 지역은 정치적 독립성 확보와 빠른 납품 속도, 그리고 맞춤형 기술이전 및 현지 생산 조건에 민감하다. 사우디는 비전2030 전략에 따라 국방산업의 내재화를 추진 중이고, 한국 기업들은 이를 고려해 기술이전형 계약과 현지 조립라인 설립을 병행하고 있다. 특히 LIG넥스원은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체계(M-SAM) 수출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며, 중동 현지 방산 공기업과의 합작법인 구상도 검토하고 있다.
동남아는 예산 규모가 크지 않지만, 지정학적 긴장 속에서 값싸고 빠른 전력 증강이 가능한 무기를 선호한다. 이 점에서 한국항공우주의 FA-50 경공격기, 한화의 K808 차륜형 장갑차 등이 핵심 수출 품목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필리핀은 한국 무기의 주요 수입국으로, 해군 전력과 공군 전력 모두에서 한국 기업과의 협력 강화를 추진 중이다.
결국 한국 방산의 진출은 단순한 무기 한 종류 팔기가 아니라, 각국의 전략적 필요를 읽고 맞춤형 솔루션을 제시한 전략적 접근의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누가 어떤 지역에서 유리한가?
2025년 현재, 한국 방산주의 흐름을 읽기 위해선 지역별 수출전략과 기업별 주력제품의 매칭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출이 이뤄지는 지역과 제품 포트폴리오, 기술 경쟁력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기업별로 수혜의 강도가 분명히 갈린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명실공히 K-방산 수출의 중심축이다. K9 자주포, K239 천무 다연장 로켓 등 지상 무기 수출의 핵심 플레이어이며, K9의 경우 NATO와 중동 양측 모두에 수출이 진행 중이다. 또한 우주사업부와 엔진사업부로의 확장은 기술기업으로의 리레이팅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LIG넥스원은 미사일, 레이더, 전자전 등 하이테크 방산 분야에서 강점을 가지며, 중동과 동남아에서 경쟁력 있는 포지션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은 사우디와 UAE의 차세대 공중방어 전략과 맞물려 높은 수출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한국항공우주는 FA-50 경공격기, KT-1 훈련기, 수리온 헬기 등 항공 플랫폼 중심으로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공군 현대화 수요의 주요 공급자가 되고 있다. NATO 국가 중에서도 슬로바키아 등 동유럽국가들이 도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대로템은 K2 전차 수출로 폴란드 진출에 성공했으며, 현지 생산과 공급망 구축 역량이 평가를 받고 있는 기업이다. 유럽 내 고중량 지상 장비에 대한 수요 증가가 중장기적으로 유리한 국면을 형성할 수 있다.
이처럼 K-방산은 단일 기업이 주도하는 시장이 아니라, 각 기업이 전문 영역에서 다른 시장을 공략하는 다핵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는 분산된 리스크와 동시에, 포트폴리오 분산 투자 전략에도 적합한 산업군이라는 의미다.
이제 대한민국 방산기업들은 단순히 무기를 수출하는 기업이 아니라, 글로벌 안보 질서 내에서 전략적 선택지를 제공하는 존재로 격상되고 있다. NATO의 전력 보완, 중동의 군사독립, 동남아의 지역안보 대응이라는 3가지 수요 블록은 모두 한국 방산과의 맞춤형 협력을 통해 구체화되고 있다.
이는 단기 수출계약 이상의 지속적 매출 성장, 기술 프리미엄 반영, 그리고 산업군 재평가라는 흐름을 동반한다. 방산주는 더 이상 이슈성 테마주가 아니라, 지정학적 흐름과 기술혁신에 기반한 구조적 성장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