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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관세란, 자국이 다른 나라에 수출할 때 받는 관세율만큼 동일한 수준의 관세를 그 나라 제품에 부과하겠다는 원칙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를 공정한 무역을 위한 방편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이 다수 국가들로부터 받는 높은 관세와 비관세 장벽에 비해, 미국이 부과하는 관세는 상대적으로 낮아 미국이 손해보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이 정책은 명분상 공정무역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미국이 자국의 무역적자를 줄이고 상대국의 무역흑자 구조를 흔들기 위한 수단이었다. 특히 중국, EU, 한국 등 특정 국가의 무역흑자에 집중적으로 작용했다. 이로 인해 상대국은 수출 감소에 따른 경상수지 악화뿐 아니라, 해당 국가의 통화 가치와 외환시장 안정성에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1. 달러 패권의 본질, 세계 기축통화의 이면
미국은 세계 유일의 기축통화인 달러를 가진 나라다. 이는 단순한 통화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경제 질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권력이다. 달러 패권의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글로벌 무역 결제의 대부분이 달러로 이루어진다는 점. 둘째, 각국이 외환보유고로 달러를 축적해야 하기 때문에 미국에 대한 자본유입이 자연스럽게 발생한다는 점이다.
이 구조는 미국에게 막대한 이점을 제공한다. 무역적자가 발생해도 달러를 계속 발행할 수 있고, 그에 대한 신뢰는 유지된다. 그러나 상호관세 정책과 같이 무역흑자국을 압박하게 되면, 이들 국가의 외환보유 전략, 통화정책, 그리고 달러 보유 필요성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특히 중국과 같은 무역흑자국은 외환보유고의 다변화(예: 유로, 위안, 금) 움직임을 강화할 수 있다. 이는 달러의 지배력에 대한 간접적 도전으로 이어진다.
2.무역흑자국의 반격, 환율조작과 외환시장 개입
미국이 관세 정책을 통해 수출국을 압박하면, 그 국가는 수출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환율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 즉, 자국 통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춰 수출 가격을 유지하거나 높이는 것이다. 미국은 이러한 움직임을 환율조작이라 비난해 왔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대부분의 신흥국, 그리고 한국이나 일본 같은 선진국조차도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해왔다. 미국의 상호관세가 강화될수록, 이들 국가의 환율정책은 더욱 민감해진다. 이는 외환시장에 불안정을 야기하고, 투기적 움직임(예: 통화공격, 단기환차익 추구)을 촉진시켜 신흥국 통화가치 급변동이라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또한, 미국의 고금리 정책이 지속될 경우, 달러는 더욱 강세를 보일 것이고 이는 원화, 위안화, 유로화 등 주요 통화에 대한 압박으로 작용하게 된다. 결국, 미국의 무역정책이 전세계 외환시장의 균형을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그 파장은 결코 가볍지 않다.
3. 글로벌 외환질서의 재편 가능성, 위안화와 비달러 블록의 부상?
상호관세와 달러 패권의 결합은 단기적으로 미국에 유리해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탈달러화 움직임을 촉진할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중국은 위안화 국제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원유 거래에서조차 페트로위안이라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러시아,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등도 최근 들어 달러 의존도를 줄이려는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 데이터에 따르면, 전 세계 외환거래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80%에 육박하지만, 점진적인 변화는 감지된다. 디지털 위안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의 실험은 향후 비달러 기반 무역거래의 가능성을 높인다. 이러한 흐름이 가속화된다면, 미국이 누려온 통화 주권과 무역 협상력은 상대적으로 약화될 수 있다.
이는 결국 외환시장에서의 달러 수요 감소로 이어지고, 미국 자체의 국가 신용도 및 금리 정책 운용에도 제약이 생길 수 있다. 미국의 강경 무역정책이 외환시장과 통화질서 재편을 자초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의 선택은 미래를 담보로 한 모험일 수도 있다.
미국의 상호관세 전략은 단순히 무역흑자국 때리기 그 이상이다. 그것은 달러 패권이라는 세계 경제의 근본 구조에 도전과 균열을 불러올 수 있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과연 세계는 다시 하나의 달러 질서 아래에 남아 있을까, 아니면 분산적이고 다극화된 외환질서로 나아가게 될까?